미셸 공드리는 상상력을 구체화시켜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천재적이다.
공드리가 매혹을 느낀 대상이 주로 무의식과 꿈 등이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표현된다.
공드리의 연출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의도적인 과장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표현방식인 셈이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색인가요? 영화 ‘Mood Indigo’

기발한 상상력과 동화 같은 감성, 그리고 아날로그적 연출 방식이 묻어나는
특유의 영상미로 자신의 독보적인 영역을 확립해온 공드리는 '무드 인디고'에서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를 자신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연출로 그려냈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나의 사랑은 무슨 색일까?'하며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달콤함에 이끌려 씁쓸함을 맛보는 두 주인공을 지켜보며 어느새 공드리 작품에
마음을 사로잡히게 되는 영상 환상곡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환상일까? 현실일까?

칵테일을 제조하는 피아노를 발명해 부자가 된 콜랭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클로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도로 위에서 드라이브를 하는 여느 연인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구름을 타고 하늘 위를 부유하는 꿈같은 데이트 후에 서로에게 빠져든다.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는 순간에 하늘로 올라가 도시를 바라보는 찰나의 장면에서, 샤갈의 ‘도시위에서’라는 작품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림과 같은 환상적인 연출이 영화를 보는 관람자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다가오지만, 주인공인 두 사람은 현실인 것 마냥 아무렇지 않다.

Marc Chagall [Over the Town]

감정의 시각화

콜랭과 클로에의 사랑은 활활 타올랐던 열기가 누그러지며 온화해져 결국 결혼까지 성공하게 된다.
결혼식이 끝날 무렵 퇴장하는 콜랭과 클로에는 손을 잡고 물속을 헤엄치듯이 앞으로 나아가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길은 지나가는 자리마다 무지갯빛이 가득하다. 설레고 붕 뜨는 듯한 연인의 감정과 서로에게 향하는 사랑은 빛과 색으로 가득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눈으로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콜랭과 클로에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클로에는 잦은 통증에 시달리게 되고, 콜랭은 험난한 노동을 시작하면서 그녀의 치료비에 전재산을 바친다. 콜랭이 느끼는 부담감은 집을 비추는 햇빛이 사라지며 점점 어두워지는 것과 갑자기 그를 중심으로 세상이 오그라드는 것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그의 불안 또한 가만히 균형을 잡고 서있기조차 힘들게 점점 기울어지는 집을 통해서도 비유적으로 비추어진다.

색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흐름

클로에 병의 치료방법은 다른 꽃들을 주위에 두어 수련을 시들게 하는 것이다.
꽃이 갓 피어날때는 화려한 빛을 보여주지만, 점점 시들어가 색을 잃는 것처럼 클로에와 콜랭의 삶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으며 전체적인 영화의 색은 처음과는 전혀 다르게 흑백으로 변모한다. 건물도 하늘도, 빛을 잃은 잿빛만을 띄며 두 사람의 주위에는 초반과 같은 반짝임은 보이지 않는다.사랑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콜랭, 클로에의 환상은 현실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색과 함께 한 것은 영화 연출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무드 인디고'라는 제목과 알록달록한 포스터는 그저 이 영화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생각하게 만들지만, 마냥 달콤하지 만은 않다. 처음 서로에게 불타는 사랑을 느꼈던 두 사람의 감정처럼 비비드한 색감과 영상으로 영화는 시작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영화는 점점 색을 바래간다.

‘무드 인디고’는 공드리의 장기인 미장센이 정점에 달한 작품이다.
남녀 주인공의 심리가 ‘비비드-파스텔-모노톤-흑백’에 이르는 색의 흐름으로 표현되어,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눈으로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나친 영상미와 미장센이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평도 있지만,
공드리가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사랑이 꽃처럼 짧은 순간에 반짝이다 부서지며
빛을 잃고 사라져가는 비극적인 서사가 아름다운 영상미와 대비되어
영화의 메시지가 더 와닿은 작품이었다.
"모든 위대한 아이디어는 바보같은 것과 같은 경계에 놓여있다."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